책 읽어주는 유튜브 활동을 하고 있는 동생이 유튜브에서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를 소개한 것을 보았는데 홀씨 책가방 청주지점 책장에서 바로 그 책을 발견하고는 너무 반가워서 발견 즉시 구매를 했다.
<들어가는 말> 그림자, 새로운 삶의 가능성
「심리학자 칼 융이 제일 좋아했다고 알려진 이야기다. 지구상 어디엔가 장인의 샘이 있고 그곳에서 생명의 물이 솟아난다. 물길을 내기 위해 특별히 애를 쓰지 않아도 물은 어딘가로 흐른다. 순수하고 청정한 이 물은 마신 사람들에게 생명의 기운을 북돋아주어서 힘을 얻게 해 준다. 그러나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듯이 사람들은 이런 낙원 같은 생태를 그대로 놔두지 못한다. 곧 샘 둘레에 울타리를 치고 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에게 입장료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샘 근방의 땅에 대해서 소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특정 사람만 샘물을 마실 수 있도록 법을 만든다. 울타리를 치고 문에는 빗장을 채운다. 모두에 주어진 샘이 힘 있는 엘리트들만의 사유재산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의 이런 행태를 지켜보던 생명의 물은 기분이 언짢아지고 화가 나서 흐르기를 멈춰버린다. 그러고는 다른 자리를 찾아내 그곳에서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샘 근처에 재산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샘을 둘러싼 힘의 역학관계에만 몰두한 나머지, 샘물이 자신들을 버렸다는 사실도 모른 채 계속해서 존재하지도 않은 샘물을 돈을 받고 판다. 생명의 기운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러나 이 중 극소수는 샘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태에 불만을 품고 용기를 내어 새로운 장인의 샘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새로 찾은 샘도 머지않아 땅주인들이 통제를 하게 되고 결국 같은 일이 똑같이 반복된다. 물은 또 새로운 자리를 찾아 샘 솓는다. 역사의 기록을 살펴보면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단히 슬픈 이야기다. 융은 자아 중심적인 사람들이 진리를 어떻게 악용하고 퇴락시켜왔는지 지켜보았기 때문에 특히 이 이야기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과학과 예술분야는 물론, 특히 심리학에서 이런 암울한 과정을 겪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에서 참으로 경이로운 대목은 샘물이 항상 어디에선가 솟아 흐른다는 사실이다. 또 생명의 물을 찾으려는 용기 있는 지성인들에게는 저마다 시대에 맞는 모습으로 이 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종종 물은 영적 자양분의 심오한 상징으로 여겨진다. 샘은 언제나 자기 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에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언제나 그러하듯 쉬지 않고 흐른다. 이따금 익숙한 장소에서 흐르던 것을 멈추고 가장 예기치 않은 곳으로 물길을 돌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물이 마르지 않고 여전히 흐른다는 사실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책에서 나는 이 시대에 생명의 물이 흐르는 낯선 자리를 탐구할 것이다. 늘 그랬듯이 생명의 물은 무료다. 이 물은 언제나 신선하다. 쉽게 납득할 수 없겠지만 중요한 사실을 말하자면 생명의 물은 가장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나사렛에서 어떻게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는가?"라는 성서 구절이 뜻하는 바와 같다. 지금 우리들에게 나사렛은 구세주가 탄생한 신성한 땅이다. 그러나 성서시대의 나사렛 지역은 생명의 물을 구하기엔 적합하지 않아 보였고, 신의 공현을 맞이할 수 없는 척박한 땅으로 생각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신이 부여해준 생명의 물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자리에서 찾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물은 나사렛 같이 가장 주목받지 못한 땅에서 솟는다. 인간의 영혼에서 이 기대치 않았던 원천 중 하나가 바로 그림자다. 다들 제 것이 아닌 양 쓰레기 처리하듯 던져버리는 장소가 자신의 그림자다. 그러나 책을 읽는 과정에서 알게 되겠지만 이렇게 우리가 거부한 그림자는 아주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생명의 물이 언제나 무료이듯, 물의 일환인 그림자에게도 돈을 낼 필요가 없다. 당혹스럽겠지만 그림자는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한다. 자기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수용하는 일은 심오한 단계의 영적 수행이다. 이 수행은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는 과정이므로 그 자체만으로 성스럽다. 이것은 일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체험이라 말할 수 있다.」
<옮긴이의 말> 빛과 어두움, 그 창조적 통합
「칼 융은 "나는 선한 사람이 되기보다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한 바 있다. 흔히 우리는 '착하고 바르다'는 말과 '온전한 혹은 전일적'이라는 말을 혼동한다. 마치 일생을 통해 선을 행하고 성인의 자질을 개발하면 우리 안이 빛으로 가득 채워져서 어두움은 저절로 사라질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심층심리학에서는 전혀 다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빛으로 어두움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빛을 밝히면 밝힐수록 어두움 또한 확대된다는 것이다. 융이 말하는 전일적이란 표현도 빛과 어두움 둘 다 포함한다는 의미이다. 성장한다는 말은 집단 문화가 수용하는 것과 수용하지 않은 것을 가려내어 전자를 습관화하도록 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가 수용하는 것은 자아가, 수용하지 않는 것은 그림자가 되는데 성장은 그림자 형성과 함께 필연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다. 그림자란 한마디로 심리의 어두운 측면이다. 그것은 자아의 기준으로 볼 때, 우리 내면의 유쾌하지 않고, 수치스럽고,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들이다. 가끔씩 사라지지 않고 한편에 쌓여가던 그림자가 표출된다. 물론 이때는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내 안에 이런 면이 있다니!"라는 탄식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흔히 술에 취하거나, 실연을 당했거나, 콤플렉스에 강하게 지배받을 때 그림자가 행동으로 옮겨진다. 이럴 때 평상 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때가 바로 우리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의 정체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다. 자신의 그림자가 얼마나 끔찍한지 짐작케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두려운 존재는 단연 메두사이다. 뱀이 머리에 주렁주렁 매달려 머리카락처럼 어깨까지 내려오고, 얼어붙을 듯 쏘아보는 커다란 눈에 날카로운 송곳니로 위협하는 이 여신은 공포 그 자체다. 그런데 이 무시무시한 메두사와 싸움을 할 때 메두사 등 뒤에 거울이 있으면 싸우던 사람이 미쳐버린다고 한다. 메두사보다 오히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가 훨씬 끔찍하기 때문이다. 이 두려운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면 끝없이 타인이나 다른 그룹에 투사하게 된다. 인류 역사의 비극적인 장은 모두 투사의 전시장이다. 남성은 여성에게, 백인은 흑인에게, 그리드 도교도는 무슬림에게, 나치는 유대인에게 투사를 해왔고 그 결과는 끔찍한 파괴로 나타났다. 우리는 모두 이런 투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누군가를 끝없이 '그들'이나 '타자'로 간주해 따돌린다. 그러나 이제는 나쁘고, 사악하고, 미개한 '타인'을 보눈 대신 눈을 자신에게 돌릴 때이다. 어두움 속에 쌓인 그림자에 의식의 빛을 투과한다면 이 비극적 역사의 고리를 끊을 가능성이 생겨난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껴안는 작업은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역사적인 과제이다. 그림자 감싸 안기는 분명 고통스러운 도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도 필연적인 절차다. 저자인 로버트 존슨은 결코 쉽지 않은 이 역사적 작업의 지침서를 마련하였다. 먼저 그는 이 책에서 그림자가 생성되는 기작을 시소라는 모델을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현재 우리는 그림자와 자아라는 두 대극적인 축으로 양분되어 그 사이에서 방황하며 살고 있다. 저자는 이 둘 사이의 모순으로 인한 갈등과 회의로 자신을 고갈시키지 말고 창조적인 통합의 장인 역설을 찾을 것을 주장한다. 역설은 의식의 진화에 있어 가장 커다란 도약의 순간이다. 그러면서 역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하지만 심오한 이미지를 제공하는데 그것이 만돌라이다. 모순에서 역설로의 진화는 의식 진화에 있어 혁명적인 사건으로 이것은 우리를 도욱 심오한 차원으로 고양시킨다. 역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고 경이로운 황홀경으로 떨게 되는 은총의 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 존슨은 그림자가 이런 역설에 이르는 문이라 말한다. 심리학과 영성의 경계가 어디인가를 질문하는 사람들은 이 책에서 이 둘이 함께 펼치는 춤사위의 어울림을 맛보게 될 것이다. 심리학의 최대의 과제 중 하나인 그림자를 다루지만 영적 지침서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책이다. 분석 심리학자 존슨이 오랜 명상을 생활화한 결실이다. 눈을 내면으로 돌려 깊은 어두움에서 길어낸 존슨의 영적 샘물을 맛본다면, 착하고 바르게 살기보다 융의 말처럼 온전한 삶을 찾아 그 삶의 깊이와 풍요로움, 신비를 우리도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는
143쪽짜리 작으면서 얇은 책으로
두껍지 않고
내용도 핵심적이어서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많이 한 사람이라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훨씬 좋고
울림이 정말 크며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로 인해
힘들 때마다
빛과 그림자의 이치를
떠올리면서
그 안에서 금을 찾을 수 있는
영적 지침서라 할 수 있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이 책은 꼭 읽으시면 좋겠다.
143쪽의 내용이
이 책의 서문인
들어가는 말과
옮긴이의 말에
모두 함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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