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룬 사람들의 뇌>
조 디스펜자지음 / 김재일 윤혜영 옮김
나를 변화시키려면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전두엽을 통해 본능을 뛰어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지구상의 다른 어떤 종보다도 진화되고 발달된 전두엽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선택과 의지, 완전자각(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경지)이라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게 되었다. 한마디로 인간은 전두엽이 있기 때문에 실수를 통해 배우며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다.
물론 인간행동의 상당부분이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후세대에게 진화의 선물을 줄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동물과 달리 한 세대 안에서도 진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전두엽이라는 장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새로운 행동을 하면 그 경험은 유전자에 기록된다. 그리고 이 기록은 현재의 우리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사용된다. 여기서 한 가지 되짚어 보자. 최근에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얼마나 많이 했는가? ~
진화의 과정에서 거의 모든 생명체는 포식자, 열악한 기후, 식량 부족, 출산과 번식 등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었다. 그리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수백만 년에 걸쳐 변화했다. 도마뱀의 보호색이나 초식동물의 재빠른 다리 모두가 진화의 결과다. 이러한 변화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전자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말하자면 유전자에 기록된 정보가 진화의 역사인 것이다.
생명체는 변화하는 다양한 환경에 노출됨으로써 적응력이 강한 존재로 발전해나간다. 내부에서부터 스스로를 바꿈으로써 종을 보존하는 것이다. 여러 세대에 걸친 시행착오와 환경에 대한 적응은 궁극적으로 유전자의 변형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모든 생명체에 적용되는, 느리지만 지속적인 진화의 과정이다.
환경의 진화에 도전을 받으면 생명체는 적응을 위해 행동을 수정한다. 그리고 그 변화가 유전자에 암호화 되면서 진화가 이루어진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 생명체의 후세가 환경의 변화를 견디기에 더 적합해지는 것이다. 수천 년, 수만 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는 환경 조건에 딱 들어맞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진화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적응의 기억이 축적되어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이러한 변화의 기억을 추적하여 그것을 암호화한다.
그리고 노력은 본능, 타고난 기술, 습성, 충동, 성향, 고도의 감각능력 같은 선천적인 행동 패턴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유전자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환경에 의해서든 아니면 유전자프로그램에 의해서든 일단 유전자가 발현되면 인간은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분명 유전자가 우리의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유전자는 보이지 않는 손처럼 우리를 타고난 성향으로 이끈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의 변화를 극복한다는 것은 우리의 의지가 환경보다 더 위대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자, 현재의 조건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과거의 습관을 깨는 것이다. 결국 진화란 유전적 습관을 깨고, 우리가 경험한 것을 미래의 진보를 위한 발판으로 삼는 것이다.
물론 변화하고 진화한다는 것은 결코 편안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타고난 습성을 극복하고, 유전적 프로그램을 수정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강한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늘 그렇듯 옛것을 단념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고난이 따른다.
인간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흡수하면 그것을 일상적인 것으로 저장하도록 구조화 되어 있다. 만약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더 이상 배우지 않고 오래된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면 결국 일상에 갇히고 말 것이다. 우리 뇌는 끊임없이 배우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우리가 뇌를 발전시키지 않는다면 뇌는 습관적인 반응만 할 뿐 진화에는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적응력은 변화하는 능력을 뜻한다. 그리고 인간은 매우 영리하고 능력 있는 존재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고, 오랜 습관을 깰 수 있으며, 오래된 믿음과 인식을 바꿀 수도 있다. 또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기술을 배우며, 심지여 전혀 다른 존재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 인간의 뇌는 이런 엄청난 일들을 가능하게 하는 위대한 도구다. 우리에게 이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고, 결국 진화하여 우리와 후세에 공헌할 수 있다.
전두엽의 가장 주된 기능, 의지
~ 전두엽은 행동을 결정하고 통제하며, 미래를 계획하는 뇌 부위이자 굳은 의지의 중추다. 즉, 진정으로 어떤 행동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 우리는 전두엽을 활성화한다. 집중하고 몰입하는 우리의 능력 또한 전두엽의 기능이다. 전두엽은 우리의 의지를 한 가지 일이나 생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다른 자극이나 생각에 쏠리는 것을 막는다.
스스로 원칙을 정하고 충동을 억제할 때도 우리는 전두엽을 사용한다.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발달시키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집중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능력인 것 같지 않은가?
전두엽의 또 다른 놀라운 점은 ‘충동조절’이라는 과정을 통해 마구잡이식 행동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우리는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짓을 하지 않게 된다. 사실 10대들이 충동적인 이유 중 하나는 전두엽이 아직 발달 중이기 때문이다. 1999년 ‘네이처’지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제이 기드 박사와 동료 연구자들은 전두엽의 발달이 사춘기를 거쳐 20대 중반까지 계속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10대들은 이 시기에 호르몬의 총공세를 받을 뿐만 아니라 성인보다 충동조절능력이 부족하다.
결국 10대들이 어른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에게는 복잡한 추론과정을 처리할 하드웨어가 아직 없는 것이다. 그들의 전두엽은 아직 발달 중이다. 대신 중뇌 깊숙한 곳에 있는 편도체가 10대들의 본능적인 반응(싸움 – 도주반응)에 관여한다. 이 시기 편도체는 전두엽 같은 더 고차원적인 중추보다 더 활발히 활동한다. 전두엽의 활동이 저조하기 때문에 충동적인 행동과 감정의 통제가 힘들다. 동시에 편도체가 과다하게 활성화되면 감정적인 대응이 많아지고, 충동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때때로 우리는 느낌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10대들을 타이르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들의 전두엽이 이성적인 생각을 하기에는 아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10대들이 그렇게 충동적인 이유다. 그들의 전두엽은 감정적인 자아의 고삐를 잡아당길 수 없다. 결과는 뻔하다. 생각하기 전에 반응하는 것이다.
전두엽은 CEO와 같은 역할을 한다. 뇌의 서로 다른 신경중추를 관리하는 임원들의 모든 행동을 감독한다. 좋은 CEO들이 그렇듯이 전두엽은 사장실에 그저 앉아만 있지 않는다. 모든 직원들의 일을 감시하고, 뇌의 각 부위에 할 일을 지시한다.
전두엽은 비판적인 사고와 발명의 중추이기도 하다. 전두엽은 다른 대뇌피질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의 자료실에서 정보를 끌어내어 그것을 원료로 새로운 생각의 구조를 만들어낸다. 또한 우리의 꿈과 열망도 만들어낸다. 우리가 현재 상황을 다른 상황에 견주어 분석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전두엽 덕분이다. 전두엽은 새로운 개념을 체계화함으로써 가능성과 전략을 궁리하고 미래의 결과를 예측한다. 전두엽은 임시변통에 능하다. 다양한 가능성을 비교해본 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결정할 수 있다. 전두엽 덕분에 인간이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전두엽은 창조에 활발히 관여한다.
과학의 발전 덕분에 우리는 인간이 자유의지에 따른 행동을 최우선으로 수행하는 데 전두엽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발달된 전두엽 덕분에 우리는 복잡한 선택을 할 수 있고, 상상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었다. 모든 생물 종들이 공유하는 고정된 경로와 예측 가능한 반응이 진화를 막을 때, 전두엽은 인류에게 의식적인 선택과 자유의지라는 축복을 선사한다. 전두엽이 없다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대부분의 요소가 사라질 것이다.
나를 나이게 하는 것, 우리가 원하는 것, 우리가 미래에 되길 원하는 것, 우리가 살고 싶은 세계, 이 모든 것이 전두엽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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